‘설마’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요? 믿기 어려운/ ‘설마 아니겠지’처럼 가능성을 부정/ 강한 놀람이나 강한 부정/ 실제로 그런 일이 가능한지 스스로 반문/ 부정적 결과를 미리 부정하는/ 혹시, 정말, 어쩌면 뉘앙스차이
‘하필’ 영어로? 왜 꼭 그때, 그 사람, 그 장소였을까?
한국어에서 ‘하필’은 짧지만 아주 강한 뉘앙스를 가진 부사입니다.
여러 가능성 가운데 왜 굳이 그 시점이나 장소, 사람, 상황이 선택되었는지에 대한 아쉬움, 불만, 황당함, 아이러니를 나타낼 때 자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우산이 고장 나면 “하필 오늘이야?”라고 할 수 있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는데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면 “하필 그 사람을 만나다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영어에는 한국어의 ‘하필’과 정확하게 대응하는 하나의 단어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of all days, of all times, of all people, why did it have to be...?, just my luck 등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하필’은 특정한 날이나 시점이 가장 적절하지 않은 때였다는 느낌을 강조할 때 자주 사용합니다.
하필 오늘 비가 오네.
여기서는 단순히 오늘 비가 온다는 사실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하필 오늘인가라는 아쉬움과 불만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of all days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Of all days, it had to rain today.
또는 자연스러운 일상 표현으로,
Why did it have to rain today?
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두 표현 모두 “왜 꼭 오늘이어야 했을까?”라는 한국어의 ‘하필’이 가진 느낌을 전달합니다.
하필 오늘 → of all days / why did it have to be today?
✔ 가장 적절하지 않은 날에 일이 생긴 경우
✔ 시점에 대한 불만이나 아쉬움이 있는 경우
✔ “왜 꼭 오늘이지?”라는 느낌을 표현할 때
‘하필’은 특정한 사람이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 또는 원하지 않았던 사람일 때도 사용합니다.
하필이면 그 사람이 내 상사였어.
이 경우에는 of all people이 유용합니다.
Of all people, he had to be my boss.
of all people은 수많은 사람 중에서 왜 하필 그 사람인가라는 느낌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He was my boss. 라고 하면 ‘하필’의 뉘앙스가 사라집니다.
한국어의 ‘하필’은 여기서 상황에 대한 화자의 평가까지 함께 전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필 그 사람이었다 → of all people
✔ 많은 사람 중 특정한 사람이 걸린 경우
✔ 그 선택이 반갑지 않거나 아이러니한 경우
✔ “왜 하필 그 사람이야?”라는 느낌을 줄 때
중요한 순간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도 ‘하필’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하필 발표 직전에 컴퓨터가 고장 났어.
이 경우에는 영어에서 of all times나 why did it have to happen then? 같은 표현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My computer had to break down right before my presentation.
영어에서는 굳이 ‘하필’에 해당하는 단어를 넣기보다 had to와 right before 등을 사용해 “왜 꼭 그 순간에 이런 일이 생겼는가”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하필’ 같은 부사를 번역할 때 중요한 점입니다. 영어에서 반드시 같은 종류의 부사를 찾아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필 그 순간 → of all times / had to happen then
✔ 중요한 순간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 타이밍이 최악이라고 느끼는 경우
✔ 우연이 너무 얄궂다고 느껴질 때
‘하필’은 여러 사람 가운데 왜 내가 선택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억울함이나 황당함을 표현할 때도 사용합니다.
하필 내가 걸렸어.
영어에서는 상황에 따라 Of all people, it had to be me.처럼 표현할 수 있습니다.
Of all people, it had to be me.
또는 운이 없었다는 느낌을 강조한다면 Just my luck.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Just my luck.
Just my luck은 직역하면 “이게 바로 내 운이지”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다니”라는 체념 섞인 아이러니를 표현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필’이 자신의 운에 대한 불평이나 자조를 포함한다면 단순한 of all people보다 just my luck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필’과 ‘괜히’는 모두 좋지 않은 결과와 함께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표현의 역할은 다릅니다.
하필은 여러 가능성 중에서 왜 꼭 그것이 선택되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나 불만을 나타냅니다.
반면 괜히는 어떤 행동이나 상황에 특별한 필요나 이유가 없었다는 느낌을 나타내거나, 이미 한 행동을 후회하는 의미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필 오늘 비가 왔어.
→ 여러 날 중에서 왜 오늘인지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괜히 우산을 안 가져왔어.
→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따라서 영어에서도 ‘하필’은 of all days, of all people, why did it have to...?와 연결되고, ‘괜히’는 for no reason, unnecessarily, for some reason 등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침은 어떤 상황이나 시간이 좋게 맞아떨어졌다는 느낌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침 비가 그쳤어.
→ It happened to stop raining.
반면,
하필 지금 비가 오네.
→ Why did it have to rain now?
둘 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사용할 수 있지만 마침에는 상황이 잘 맞았다는 긍정적인 느낌이, 하필에는 상황이 좋지 않게 맞물렸다는 느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먼저 무엇이 하필인지를 확인합니다.
날짜나 시점이 문제라면 of all days, of all times가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사람이 문제라면 of all people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왜 꼭 이런 일이 생겼지?”라는 불만이 강하다면 Why did it have to...? 형태가 자연스럽습니다.
운이 없다는 아이러니나 체념을 강조한다면 Just my luck. 같은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하필’의 번역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어 단어 하나에 영어 단어 하나를 대응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날짜인지, 사람인지, 장소인지, 타이밍인지, 그리고 화자가 그것을 불운하게 느끼는지, 얄궂다고 느끼는지, 단순히 아이러니하게 느끼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서 ‘하필’은 짧은 부사 하나이지만, 영어로 옮길 때는 문장의 상황과 화자의 태도까지 함께 해석해야 하는 대표적인 한국어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